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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촬영 안철수]
메디톡스 [촬영 안철수]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을 또다시 연기했다.FX시티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애초 19일(현지시간)로 예정했던 최종 판결일을 12월 16일로 연기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ITC는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7시께 홈페이지를 통해 재연기를 알렸으며, 그 배경이나 이유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ITC는 이미 한 차례 최종판결을 연기한 바 있다. 애초 최종판결은 11월 6일(현지시간)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이날로, 또다시 12월로 늦춰졌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명운’이 달린 보툴리눔 톡신 균주 분쟁은 다음 달이 돼서야 결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과 ‘나보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고 보고, 지난해 1월 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했다.

ITC는 지난 7월 예비판결에서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나보타를 10년간 수입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후 대웅제약에서 이의를 제기해 지난 9월 ITC에서 예비판결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ITC 내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기존 예비결정을 지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OUII의 의견서에 대해 예비판결 때부터 이어진 편향된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대웅제약 [촬영 안철수]
대웅제약 [촬영 안철수]

jandi@yna.co.kr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아차 노조, 24~27일 하루 4시간씩 파업
코로나 위기 속 9년째 파업 이어가
한국GM도 노조리스크로 최악 지속
협력사들 공장찾아 “살려달라” 호소

한국GM 협력업체 임직원이 19일 아침 한국GM 부평공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지엠협신회
한국GM 협력업체 임직원이 19일 아침 한국GM 부평공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지엠협신회

[서울경제]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결국 다음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한국GM 노조에 이어 기아차 노조까지 파업을 결정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노조 리스크’에 따른 생산 차질까지 떠안게 됐다. 고용이 안정된 완성차 정규직 노조가 협력업체와 업계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습관성 파업’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동행복권파워볼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1·2직 근무자가 각각 4시간씩 부분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생산특근과 일반특근도 거부한다. 9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기아차 국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 148만대를 감안해 하루 평균(연간조업일수 255일 가정시) 5,800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이번 나흘간의 부분파업으로 1만1,6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은 최근 교섭에서 성과급 150%와 무파업 타결 시 우리사주, 코로나19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안 등을 제시했다. 무분규 타결을 이뤄낸 현대차 노사가 지난 9월 합의한 내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노조는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등의 고용안정 방안, 정년 연장, 노동이사제, 잔업 30분 임금 보전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전환이라는 지각변동에 코로나19 쓰나미를 동시에 겪고 있다”며 “고용이 안정된 기득권 노동자들인 완성차 정규직 노조가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등의 피해에는 눈을 감고 습관성 파업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와중에 부분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고 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소하리공장./사진제공=기아차
기아차 소하리공장./사진제공=기아차

한국GM도 노조의 파업에 따라 미국 본사가 ‘철수’까지 거론하는 최악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까지 6년간 약 4조8,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지난달 말부터 연일 파업 수위를 올리고 있다. 이에 따른 생산 차질 때문에 흑자전환을 벼르던 한국GM은 올해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가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생산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지만 파업으로 약 2만대의 생산량 차질을 빚고 있다.파워볼사이트

앞서 스티븐 키퍼 GM 해외사업담당 대표는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차량 생산을 노조에 인질로 잡힌 상황”이라며 “매우 중대한 재무적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의 파업이 신규 투자와 신차 배정을 어렵게 하고 한국을 경쟁력 없게 만든다”면서 “GM은 연 500만대 가까운 차량을 생산하는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다른 생산옵션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는 이날 ‘살려달라는 호소’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부평공장 앞에서 출근길 피켓시위를 벌였다. 협신회는 “더 이상 생산 차질이 생기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 부도가 속출할 것”이라면서 “30만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착륙 없이 외국 영공 선회 후 재입국..면세혜택 동일
일본·중국·대만 등 단거리 위주..업황 개선에도 일조

아시아나항공이 실시한 무착륙 비행체험 모습.(아시아나항공 제공)© 뉴스1
아시아나항공이 실시한 무착륙 비행체험 모습.(아시아나항공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정부가 착륙지 없이 외국 영공을 통과하는 국제 관광비행을 1년간 허용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사 위기에 놓인 항공업계에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항공사들은 이미 국내선 관광상품의 수요가 입증된 만큼 면세품 판매가 가능해진 해외 관광상품 판매도 수요가 몰릴 것으로 내다본다.

◇국제 관광상품 핵심은 면세…”플러스 알파 수요” 기대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 회의에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허용 방침을 밝혔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은 타국에 대한 입·출국이 없는 국제선 운항을 1년간 한시 허용하는 일종의 여행상품이다. 국제관광비행 탑승객에 일반 해외 여행자와 같은 면세혜택을 부여한다. 현행 면세범위는 기본 600달러에 주류 1병(1ℓ, 400달러 이내), 담배 200개비, 향후 60㎖다.

항공업계는 이 같은 조치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내선 관광비행 상품을 잇달아 시도한 바 있다. 여객수요 위축에 따른 단기 상품이었으나 80% 이상의 탑승률을 보이며 어느 정도 수요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면세품 판매를 포함한 국제선 관광상품이 허용되면서 수익성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형항공사(FSC) 한 관계자는 “공항 및 기내 면세까지 가능하게 돼 비행체험만 하려는 수요에 플러스 알파로 더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FSC 관계자는 “항공사들 입장에선 면세품 재고도 많이 쌓여있는데 오래둬도 되는 물품이 있는 반면, 빨리 판매해야하는 물품도 있다”며 “국제선 체험비행에 나서면 이 역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LCC 한 관계자는 “비행체험 상품은 단발적 성격이 커 실질적으로 경영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지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업황을 개선하는 데는 분명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한산하다. 이날 정부는 침체된 항공·관광·면세 업계를 고려해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란 타국에 대한 입·출국이 없는 국제선 운항을 1년간 한시 허용하는 일종의 여행상품이다. 입국 후 격리조치·진단검사를 면제하게 되며, 무착륙일지라도 일반 여행자와 같은 면세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2020.1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9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한산하다. 이날 정부는 침체된 항공·관광·면세 업계를 고려해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란 타국에 대한 입·출국이 없는 국제선 운항을 1년간 한시 허용하는 일종의 여행상품이다. 입국 후 격리조치·진단검사를 면제하게 되며, 무착륙일지라도 일반 여행자와 같은 면세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2020.1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日·中 등 단거리 위주 검토…업계 “상품·서비스 차별화 관건”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6개사에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등 일부 항공사는 다음달 국제선 관광비행 운항을 염두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일단 2~3시간 비행 거리인 중국, 일본, 대만 등 노선에 비행기를 우선 투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실제 정부가 이날 발표에서 내놓은 상품 예시에 따르면, 정원 407명인 A380 기종을 통해 300여명이 탑승할 수 있다. 약 3시간 동안 인천을 출발해 동해, 부산, 대한해협, 제주 상공을 2000㎞가량 날다가 다시 인천에 도착하는 코스로 1인당 20만~30만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항공사 입장에선 상품 구성과 그에 따른 가격 책정 등이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특별한 상품 구성 없이 일반 국제선 운임을 기반으로 한 가격이 책정될 경우 오히려 고객들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 영공을 지나기 때문에 고도 등을 맞추는 것에 대해서는 코스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상공에선 저고도로 내려가서 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게끔 상품 구성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일본 상공에서 후지산을 보기 위해 저고도로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 등은 다른 나라 영공이기 때문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미 해외에서는 국제선 무착륙 관광비행을 여러차례 시도된 바 있다. 대만의 에바항공은 북부 타오위안 공항에서 출발해 일본 남부 류큐제도까지 갔다가 착륙 없이 선회, 되돌아오는 2시간45분짜리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제주도 상공을 선회하며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항공 관광 상품도 운영한 바 있다.

제주항공이 실시한 무착륙 비행 모습. (제주항공 제공)© 뉴스1
제주항공이 실시한 무착륙 비행 모습. (제주항공 제공)© 뉴스1

award@news1.kr

하루 확진자 20만 육박..美 경제 충격파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5주만에 다시 증가
역사상 최악 실업난..’하위 20%’ 직격탄
필리 제조업 지수 하락..엠파이어 지수↓
“제조업 낙관있지만, 전보다 훨씬 약해져”
이 와중에 ‘유일한 대책’ 부양책 협상 난항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소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소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경제의 ‘겨울 팬데믹’ 충격파가 차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 백신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때까지 적어도 몇개월은 ‘역대급’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역사상 최악 실업난…‘하위 20%’ 직격탄

19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74만2000건으로 전주(71만1000건) 대비 3만1000건 늘었다. 이는 5주 만에 증가로 돌아선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0만건) 역시 웃돌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예상치는 71만건이었다. 실업수당 신청이 많았다는 건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실업난은 역사상 최악 수준이다. 올해 팬데믹 이전 주간 실업수당 신청 최대치는 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10월 첫째주 당시 69만5000건이었다. 현재 실직자 규모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팬데믹 긴급실업수당(PEUC) 청구 건수가 23만3000건 늘어난 438만건을 기록한 점도 주목된다. 장기 실업자 중 상당수가 최대 26주 받을 수 있는 정규 실업수당을 모두 소진한 후 연방정부에서 주는 PEUC를 받았기 때문으로 읽힌다. 2차 팬데믹 공포가 커지며 다시 각 주의 봉쇄 조치가 늘어나는 와중에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러스 급증이 미국 경제 회복을 계속 억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실업난 가중은 하층민에 더 직격탄이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과거의 위기와 달리 지금은 실업률 측면에서 하위 20%의 경제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실업 위기를 그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는 코로나19 부양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 부양책 협상은 대선 이후 더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제조업 낙관있지만, 전보다 훨씬 약해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초당적인 성격의 36명 경제 전문가는 의회를 향해 부양책 처리를 촉구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제임스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등이 함께 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재정적자 폭증을 걱정해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며 부양책 처리를 강조했다.

미국 제조업 역시 서서히 충격을 받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이번달 필라델피아 연은 지수는 26.3으로 전월(32.3) 대비 6포인트 내렸다. 6개월째 확장세를 이어갔지만 그 폭은 둔화했다.

이 지수는 필라델피아 연은의 관할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주, 뉴저지주, 델라웨어주의 제조업 현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경기 위축을,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각각 의미한다.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이번달 6.3으로 전월(10.5) 대비 4.2포인트 급락했다. 뉴욕 연은은 “기업들이 향후 낙관론을 갖고는 있지만 지난달만큼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7만161명으로 나타났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감염자는 16만1165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전주와 비교해 27% 급증한 수치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정부, 주거안정 방안 실효성 의문
호텔 등 개조.. 서울시 3만5000가구
전국 11만4000가구 임대주택 공급
“전세대란 새임대차법 후폭풍” 지적
정부는 “저금리·1인가구 분화 원인”
전문가 “효과 의문.. 규제 완화 필요”

통화 하는 장관, 머리 감싼 차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왼쪽)과 손명수 국토부 2차관(오른쪽)은 곤혹스러운 모습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정부가 19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뾰족한 단기 전세대책이 별로 없다”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고 끝에 내놓은 방안이지만 최악의 전·월세 대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취사조차 어려워 주택으로 보기 어려운 호텔을 개조하기로 하는 등 아이디어를 쥐어짠 ‘영끌 대책’처럼 보이지만 전세대란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내놓은 정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2년간 서울 3만5000가구 등 전국에 임대주택 11만4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배경이 된 최근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을 ‘복합적’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시장과 국민은 유예기간도 없이 전격 시행된 새 임대차보호법이 불러온 대참사로 보는데도, 정부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와 1인가구 분화 속도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진단이 정확하지 않으니 처방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 임대차보호법에 대해 “시행 전에 57.2%였던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지난달 66.2%까지 높아지는 등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 7월 말 여당이 단독처리한 새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 주거권 강화와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질서 형성에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9%포인트의 계약갱신율이 높아진 효과를 제외하고 뛰는 전셋값에 전세난민으로 전락한 다수 서민의 고통은 너무 크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김 장관의) 이런 말에 국민은 짜증이 난다”며 “현재의 전세대란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3개월 사이에 폭발한 것이다. 전 정권 탓만 하고, 한두 해 문제가 아닌 유동성을 거론하는 게 국민이 정부 정책을 더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정부 대책에서 주거 핵심인 아파트 공급방안은 빠졌다. 현재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하는데 정부는 수요를 장담할 수 없는 빈집 매입임대나 빌라 등을 활용한 공공임대, 호텔 전용 주택 등으로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서민들이 선호하고 기대하는 내집과는 거리가 멀다.

양지영RC연구소장은 “LH 보유 빈집에는 기반시설이 부족하다거나 임대료가 시세보다 높은 등의 문제가 있다”며 “가장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 전세난 주범이 1~2인가구가 아닌데 호텔·상가 등 1~2인가구에 집중된 점이 대책의 한계”라고 꼬집었다.

국토부는 “2년반에서 3년이 걸리는 공사기간 등을 고려할 때 아파트 준공물량을 단기에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호텔 전용 주택 수요 등에 대해선 “최근 가구 수가 1, 2인가구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도심 우수 입지에 이들을 위한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전세난이 매매수요로 바뀌면서 매매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전세와 매매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서로 가격을 밀어올리고 끌어당긴다.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단지 주택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과열 우려가 있으면 즉각 대응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전세대란의 근본 원인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이 없고, 아파트 추가 공급 없이 ‘땜방’ 대책으로 일관했고, 매매 안정화 방안도 없는 ‘3무(無)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11·19대책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 교수는 그러면서 “매매시장이 정상화되면 전세시장도 안정되기 마련”이라며 “정부가 보유세 인하와 양도세 감면 등으로 거래 활성화 환경을 조성하고, 160만가구 이상인 민간임대주택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에 나서는 등 ‘주맥경화’를 푸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 발표된 19일 서울 송파구 소재 부동산중개업소에 ‘정부정책 아웃(OUT)’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남정탁 기자
정부의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 발표된 19일 서울 송파구 소재 부동산중개업소에 ‘정부정책 아웃(OUT)’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남정탁 기자

◆시장 목소리에 귀 안 기울여… 대책 나올 때마다 ‘풍선효과’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잡겠다.”

19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약속한 지 꼭 1년 되는 날이다. 정부는 이날 ‘11·19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미친 전월세’라고 했는데, 우리 정부에선 전월세 가격도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이번에 나온 대책은 그 ‘미친 전월세’를 겨냥한 것이다. 전월세 대란은 정부·여당이 전격 시행한 새임대차보호법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점은 아이로니컬하다.그동안 문재인정부는 모두 24번의 굵직굵직한 대책을 내놨다. 부동산 가격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안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달까지 전국의 아파트 매매, 전세가는 각각 4.87%, 0.11% 올랐다. 서울은 같은 기간 각각 16.78%, 4.72% 상승했다. 지난해 국민과의 대화 이후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 전세가 누적 상승률은 각각 5.89%, 5.02%로 더 커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전세 불안은 물론 주택시장 전반의 상승세를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대책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커녕 ‘풍선효과’ 등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부작용만 양산해 왔다.

특히 이번 대책의 타깃인 전세시장 불안은 지난 7월 여당이 단독 입법처리한 새 임대차법 영향이 크다. 전세물량 부족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충분하고 장기적인 공급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단기처방식 ‘땜질’ 대응으로는 추가 대책을 양산하는 악순환만 되풀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24번의 대책이 엉클어놓은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전세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에 공공임대 11만 4천 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서울 은평구 한 부동산에 월세와 매매 광고 문구만 걸려 있다. 이재문 기자
정부가 전세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에 공공임대 11만 4천 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서울 은평구 한 부동산에 월세와 매매 광고 문구만 걸려 있다. 이재문 기자

정부는 좀처럼 시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도 전세난을 저금리 등의 시장구조적인 문제로 돌렸다.

그는 그러면서 “임대차 3법은 집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사회적 합의로 이룬 소중한 성과”라며 “임차인 주거 안정의 긍정적 효과를 임대차 시장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방법은 전세 수급을 안정시켜 임대차 3법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규정한 새 임대차법이 최근 전세난의 주요 원인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 손질이 불가피히다는 지적을 일축한 것이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시키지 못한 대책으로 인한 고통은 국민 몫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6일 기준으로 조사한 주간 동향을 보면 전국의 아파트값이 0.25% 상승했다. 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12년 5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방 아파트값은 0.32% 올라 감정원 통계 작성 이후 최고로 상승했다. 5대 광역시 중 부산도 이번주 0.72% 올라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상승을 기록했다.

전세난은 진정될 기미가 없다. 이번주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0.30% 올라 전주 대비 0.03%포인트 더 올랐다. 63주 연속 상승이다. 서울은 0.14%에서 0.15%로 오름폭을 키워 73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민간에서 잘 돌아가던 부동산 시장을 정부가 자꾸 흔들어대니 ‘쑥대밭’이 됐다”며 “정부가 대책을 낼 때마다 시장 생태계가 무너지고 교란됐는데, 이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손 원장은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거나, 그동안의 행보에 대한 ‘자기부정’을 하지 않는 한 대책이 없다”며 “최소한 지금까지 나온 대책만큼의 대책이 향후에 더 나와야 시장이 정상 회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산층 주거방안 없이 청년층 집중 “엉뚱한 대책만 내놔”… 싸늘한 시장

19일 정부의 전월세 대책에 대해 부동산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전월세 대란은 이른바 ‘전월세3법’이 초래한 현상인데, 뾰족한 대책 없이 엉뚱한 정책만 내놓았다는 반응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탓에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다시 집값을 밀어붙이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최근 전월세 대란 원인으로 지난 7월 말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전월세2법(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 영향이 크다고 볼멘소리다. 당시 강남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속에서도 전월세 시장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는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월세2법을 전격 시행하면서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포털 사이트 댓글엔 “(정부가) 자신들만의 사고에 갇혀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폄훼하고, 눈과 귀를 닫고 있다”며 “자신들의 정책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우기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는 현재 전월세 대란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평범한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데 정부는 청년이나 1인가구 등에게나 도움이 될 공급대책만 내놓았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중산층이 거주할 전세 대책이나 분양 대책이 없다면, 서울에는 자가에 사는 부자와 공공임대에 사는 거주민만이 살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은 여야로 반응이 갈렸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대책으로 전세 공급이 증가하면 이에 따른 연쇄적인 전세 이동이 발생해 전세 매물이 증가하고, 임대차 3법에 따른 변화된 거래 관행도 정착되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임차인의 안심 거주기간이 늘어나는 등 임차인의 주거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포함)이 전세난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100여일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이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정부는 부동산정책을 포기하고 시장에 모든 걸 맡기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는) 하자투성이에 정주요건이 열악해 이미 올해도 수천가구가 미달된 ‘매입임대’를 또다시 대안이라고 내놓았다”며 “정부가 공급하겠다는 11만호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턱도 없는 수치”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겨냥해 “불편해도 기다려 달라더니 이제 와서 내놓은 게 호텔쪽방”이라며 “재개발 규제를 풀고 청년 대출을 확대하고 임대차 3법을 되돌리라”고 촉구했다.

나기천·이현미·권구성 기자 na@segye.comⓒ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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