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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50억 안팎 ‘빅딜’ 벌써 2건
두산, 허경민 잡고… SK, 최주환 영입

이번 자유계약(FA) 시장 최대어로 꼽힌 두산 베어스 내야수 허경민(오른쪽)이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7년 최대 85억원 조건으로 두산과 계약한 뒤 전풍 대표이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예상을 넘는 활황을 보이고 있다. 시즌 폐막 20일도 지나지 않아 50억원 안팎의 ‘빅딜’만 2건이 성사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영 악화에 직면한 각 구단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거액의 계약이 비교적 빠르게 이뤄진 셈이다. 양의지(33)를 거액으로 영입해 창단 첫 정규리그(KBO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NC 다이노스의 성공담이 ‘투자는 곧 성적’이라는 인식을 높인 결과로 분석된다.파워볼사이트

초반 FA 시장의 중심에는 두산 베어스가 있다. 두산에서 올 시즌을 마치고 쏟아진 FA 7명 가운데 2명이 거취를 확정했다. 그중 두산과 계약한 내야수 허경민(30)은 첫 테이프를 끊었다.

허경민은 지난 10일 계약금 25억원에 4년간 연봉 10억원씩을 합산한 총액 65억원에 계약했다. 4년 계약을 만료하면 3년간 총액 20억원을 받고 추가로 뛰는 옵션 조항도 포함됐다. 이 옵션을 포함하면 허경민은 내년부터 7년간 총액 85억원에 계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액도 크지만 ‘4+3년’ 형태의 계약을 맺은 것도 국내에서는 이례적이다. 허경민은 2024년 이후에 잔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연봉을 다소 낮춰도 7억원 이상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허경민은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산의 다른 내야수 FA 최주환(32)은 지난 11일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2000년대 후반 ‘왕조’를 세웠던 SK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꼴찌를 겨우 벗어난 9위에 그쳤다. 전력 보강을 위해 최주환을 4년간 계약금 12억원과 연봉 합산 26억원, 옵션 4억원으로 총액 42억원에 영입했다.

최주환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16홈런 88타점 타율 0.306을 작성한 2루수 자원. 장타가 강점으로 꼽힌다. 팀 타율 0.250로 부진했던 SK는 최주환을 영입해 타격과 경험을 보강하게 됐다.

11일 SK 와이번스와 4년 최대 42억원으로 계약한 내야수 최주환의 모습. SK 와이번스 제공
SK는 최주환의 영입을 위해 8억1000만원의 보상금, 혹은 5억4000만원과 보상 선수 1명을 허용하는 조건을 두산에 제시했다. 이를 감안하면 최주환을 영입하면서 들인 비용만 50억원을 웃돈다. 최주환은 “SK 우승을 목표로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파워볼게임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는 1982년 리그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에 이르지 못했다. KBO리그 720경기에 총합 32만8317명, 포스트시즌 13경기에 9만6082명이 입장했다. 포스트시즌 수입 총액도 38억원으로 지난해 88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로 인해 NC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도 배당금을 12억7000만원만 받았다. 지난해 우승팀 두산의 배당금 27억원의 절반도 안된다.

이에 따른 FA 시장 냉각이 우려됐지만, 정작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 비교적 원활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NC가 2019시즌부터 두산에서 양의지를 4년간 총액 125억원으로 영입해 ‘우승 DNA’를 이식한 선례가 많은 주목을 받았고, 하위권으로 처진 옛 강자들의 순위 반등 목표가 맞물려 FA 시장 초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FA 계약을 맺지 않은 한 구단 관계자는 “일부 구단이 외국인으로 시선을 돌렸다. FA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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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국민일보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이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부산 사직구장 내 구단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트레이드는 원래 욕을 먹는 일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미래를 위해 자원을 모으는 중입니다.”엔트리파워볼

2021년 시즌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의 시선은 이미 4년 후를 바라보고 있다. 당장 내일 한 경기 승리, 한 시즌의 성적이 아닌 오랜 기간 강팀으로 거듭날 ‘왕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자신감 회복이 올해 최대 성과

방향 맞지만 변화 속도는 느려

유망주 성장 위해 1군 기회 필요

욕 먹어도 과감한 트레이드 선택

‘이기는 문화’ 만드는 게 중요

최근 〈부산일보〉와 만난 성민규 단장은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자신감과 함께 ‘왕조 건설’을 향한 뚝심을 내비쳤다. 올겨울 ‘단장의 시간’인 스토브리그를 맞이한 그는 젊은 패기에 1년 차의 경험을 더해 내년을 준비 중이다.

우선 올 시즌 팀이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성 단장이 가장 만족스럽게 꼽는 부분이다. 성민규 단장은 “예상대로 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비록 가을야구는 못 했지만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5위 싸움을 한 것은 성과”라며 “방향은 만족스럽지만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고 자평했다.

성 단장은 2019년 9월, 30대 후반의 나이에 구단 지휘봉을 맡는 파격으로 주목 받았다. 프로야구 시즌 전체를 처음 소화하고 2년 차를 준비 중인 그에게 올해는 정신없이 보낸 시간이다.

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위닝 컬처(이기는 문화)’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팀이 이기고자 하는 의지, 자신감 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성 단장은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2020년 분명 꼴찌라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승부가 된다는 것을 보여 주며 머릿속에 위닝 컬처가 자리잡았다”면서 “내년은 더욱 분위기가 바뀌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이기기 위한 과정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리를 위한 자세를 강조하지만 정작 성민규 단장의 행보는 당장의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최근 kt위즈와 단행한 2 대 2 트레이드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롯데는 지난 4일 kt 위즈에 내야수 신본기와 투수 박시영을 주고 우완 유망주 최건과 2022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2 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신본기는 1군에서 706경기를 뛴 멀티플레이어 내야수이고, 박시영 역시 191경기를 소화한 필승조 불펜 자원이다. 반면 최건은 군 복무 중으로 내년 11월 제대한다.

당장 ‘손해보는 장사’처럼 보이는 트레이드를 결단한 것은 유망주가 성장하려면, 1군 출전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성 단장의 야구 철학이 깔려 있다.

성민규 단장은 “내년에 신본기와 박시영이 kt에서 잘하면 바로 비판이 나올 것이다”면서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는 정말 큰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육성의 완성은 1군의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성 단장은 “어린 선수를 2군에서 아무리 잘 준비시켜도, 1군에서 바로 활약하는 시나리오는 거의 없다”며 “백업 자원으로라도 1군에서 기회를 주면서 조금씩 적응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19는 ‘뚝심맨’ 성 단장에게도 힘든 순간이었다. 그는 내년에도 롯데 자이언츠를 안전하게, 그리고 제시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큰 탈 없이 올 시즌을 마친 것은 다행”이라며 “당장의 우승보다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 가고 있으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2루수로서 가치 인정받고 내년부터 붙박이 예약
SK 약점 2루 자리 강점으로 바꾸고 첫 골든글러브 겨냥

최주환(왼쪽). ⓒ 뉴시스“SK 구단이 2루수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줬다.”

최주환(32)이 SK 와이번스로 이적한 결정적 이유다.

SK는 지난 11일 최주환과 4년 총액 42억 원(계약금 12억원·연봉 26억원·옵션 4억원) 규모의 FA 계약을 발표했다. 구단의 외부 FA 계약 중 최고 금액(종전 2004년 김재현, 4년 총액 20억7000만원)이다.

약점이었던 2루수 보강에 성공했다. 최주환을 통해 키스톤콤비의 힘이 강해진다면, ㅜ수들에게 안정감까지 주면서 팀 전력의 급상승을 꾀할 수 있다.

2006년 2차 6라운드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돼 KBO리그에 데뷔한 최주환은 통산 921경기타율 0.297, 68홈런 423타점 379득점의 기록을 남겼다. 올 시즌은 타율 0.306, 16홈런 88타점 63득점.

류선규 SK 단장은 “최주환은 2루수로서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장타력과 정교함을 겸비해 타자 친화적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활용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주환은 “SK 구단에서 2루수로서의 가치를 믿어주고 인정해준 것이 이적하는데 큰 결정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최주환은 아끼는 등번호(53)가 새겨진 유니폼을 받을 때만큼의 감동이었다고 밝혔다.

두산에서도 파워는 확실하게 인정받았지만 2루수로서의 수비 능력은 그만큼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뒤질 것 없는 2루수 수비 능력을 지니고도 두산에서는 국가대표급 야수들에 밀려 1루와 3루도 오갔다. 2018년에는 오히려 지명타자로 출전이 더 많았다. 붙박이 주전으로 나서지 못해 출전 경기수가 많지 않아 첫 FA 자격도 2020년에야 얻었다.

올 시즌 수비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붙박이 2루수는 되지 못했다. 오재원과 2루를 나눴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첫 번째 2루수가 아니었다.

최주환은 당장 내년부터 SK의 주전 2루수로 출발한다. 걸출한 2루수에 목말랐던 SK는 최주환을 붙박이 2루수로 낙점했다. 최주환 외 SK에서 주전 2루수 자리를 위협할 선수는 당장 보이지 않는다. SK가 잡은 내부 FA 김성현과 키스톤 콤비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골든글러브에서 큰 차이(299표-32표)로 밀렸던 NC 2루수 박민우와도 제대로 겨뤄볼 기회를 잡았다. 이제야 비로소 2루수로 당당히 서게 된 최주환이 SK에 화답할 차례다.

데일리안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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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데일리안

부상 공백에도 복귀 후 선발 ‘완주’
투구수 관리·제구력 등 보완 주력
자신감을 준 투수 헬멧 “내년에도”
[경향신문]

프로 데뷔 3번째 시즌을 보낸 롯데 이승헌(22·아래 사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이승헌은 지난 1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숨가빴던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시즌 초반에는 큰 부상으로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올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였던 5월17일 한화전에서 상대 타자의 직선타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약간의 뇌출혈과 두부골절 소견을 받은 이승헌은 팬들의 응원 속에서 다시 일어났다.

6월 중순부터 재활군에 합류한 이승헌은 9월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보호 장비(위 사진)를 모자 안에 넣어 쓰고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이승헌은 9월20일 NC전부터 7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 4.98을 기록했다. 10월 첫 2경기에서는 13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해 개인 3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활약으로 시즌 끝까지 선발 자리를 지켜냈다. 이승헌은 “여러 상황을 많이 겪어서 좀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비록 부상 때문에 자리를 비웠지만 자신에게 다시 온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승헌은 지난해 5월21일 KIA전에서 생애 첫 선발 등판했으나 2이닝 만에 7실점을 하면서 강판됐고 그 뒤로 다시 1군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솔직히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기회가 와서 던졌고 결과도 안 좋았다. 올해는 준비하면서 구속을 높였고 자신감도 붙이면서 1군에서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완점은 여전히 많다. 그는 “선발로 등판해보니 이닝당 투구수 관리 같은 것을 더 신경써야 한다고 느꼈다”며 “아직 이닝 소화력에서 요령이 부족한데, 아무튼 매 이닝 전력으로 해야 된다는 사실은 몸으로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구력은 좋을수록 좋다. 이승헌은 “1군 타자들은 기술이 다르다. 좀 더 정확한 공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헌은 새 무기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는 “슬라이더를 다듬으면서 올해 던지지 않았던 커브까지 장착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 ‘투수 헬멧’은 내년까지는 함께할 예정이다. 한화전에서의 아찔한 순간이 떠오르는 듯 “모든 게 중요하지만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뛰는 게 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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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경향신문

<이동욱 감독이 NC 2대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그의 존재감은 낯설었다. 수비코치로만 활약했던 터라 미디어 노출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1년 만에 2018시즌 꼴찌팀이었던 NC를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시켰고, 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어냈다. 모두가 그를 무명 감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오랜 코치 생활을 통해 조용히 자신의 야구 색깔을 만들어갔다.(사진=이영미)>
올해 초 NC 다이노스 미국 전지훈련지인 애리조나 투산에서 이동욱 감독을 만난 적이 있었다. 인터뷰가 아닌 자리라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이 감독은 지난해 초보 감독으로 겪은 마음고생을 솔직히 털어 놓았다.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패한 경기에서 전해오는 팬들의 분노와 비난은 적잖은 상처를 안겨줬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기자님, 감독 자리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힘들 때마다 전임 김경문 감독이 떠올랐다는 그는 김 감독이 얼마나 힘들게 그 자리에 있었는지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이 감독이 처음 NC 감독에 선임 됐을 때 팬들은 그를 ‘무명 감독’으로 인식했다. 30세의 나이에 일찌감치 롯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LG를 거쳐 2012년 NC 창단팀 수비 코치로 현장에 있었지만 ‘이동욱’이란 이름은 미디어에 드러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 그가 감독 선임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선수들이 이 감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나오는 단어가 ‘신뢰’ ‘사랑’ ‘소통’ ‘인간적’이라는 표현들이다. 오랜 코치 생활을 통해 터득한 리더십이 NC 사령탑으로 그 진가를 발휘했다고 본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이 감독에게 시상자가 아닌 수상자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게 만들었다. 12월 초 서울에서 진행된 이동욱 감독과의 인터뷰를 2회로 나눠 게재한다.

요즘 축하받느라 정신없으시죠?

“언론사 돌고 인터뷰 조금씩 하고…. 다음 주는 더 바쁠 것 같아요. 시상식에 상을 받으러 가야 하거든요. 상은 처음 받으러 가네요. 감사한 일이죠.”

야구하면서 상을 이렇게 많이 받은 건 처음일 것 같은데요.

“그렇죠. 축하도 제일 많이 받는 것 같고 확실히 우승이 좋긴 좋네요. 주위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우승은 아무나 못 하는 거라고, 선택받은 자들만 할 수 있는 게 통합 우승이라고요. 제가 그 선택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영광스럽습니다. 그런데 (김)진성이가 별 말 안하던가요? 안 울던가요?”

사실 이동욱 감독 인터뷰를 하기 전날 창원에서 NC 다이노스 투수 김진성을 만났다. 그 내용을 알고 있던 이 감독이 김진성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는 김진성을 한국시리즈 6차전 전 경기에 등판시킨 배경 관련해서 이런 설명을 곁들였다.

“감독 입장에서는 마운드에서 가장 던질 수 있는 투수를 올릴 수밖에 없어요. 진성이가 시즌 중 관리를 잘했고, 전 경기 등판할 수 있다고 자신하더라고요. 마지막 6차전은 구위가 살짝 떨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인간이니까요. 그래도 진성이가 잘 막아준 덕분에 (송)명기한테 넘겨주고 (원)종현이가 마무리 지을 수 있었죠. 진성이가 정말 잘해줬어요.”

스프링캠프 시작 할 즈음에 김진성 선수가 구단과의 연봉 협상 과정에서의 이견으로 귀국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그렇다고 내칠 수는 없잖아요. 그 선수도 한 가정의 남편이고, 두 아이의 아빠인데 내칠 수는 없었습니다. 애리조나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진성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한국에 가서 준비 잘 하고 있으라고요. 네가 잘 던지면 분명히 기회를 주겠다고, 내가 약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성이도 갈등이 많았을 거예요. 과연 감독이 약속을 지킬까? 자신한테 기회가 올까? 등등의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했겠죠. 1군 복귀 후 중간에 위기도 있었어요. 구위가 떨어졌는데 한동안 그 원인을 못 찾아냈거든요. 투수 코치들과 데이터 팀에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중심 이동을 앞으로 끌고 가려고 노력한 부분이 맞아 떨어졌어요. 진성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겁니다. 그걸 깨닫고 눈물겨운 노력을 했었고요. 결국은 마지막에 진성이가 웃을 수 있었습니다. 진성이를 보면 정말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두산 김태형 감독과 NC 이동욱 감독.(사진=NC 다이노스)>
제가 보기엔 감독님의 인생도 드라마인 것 같은데요?

“네?(웃음)”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어떤 심정이었나요?

“모의고사는 잘 쳤고, 마지막 수능시험을 앞두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리 모의고사를 잘 친다고 해도 수능시험 망치면 망한 시험이 되기 때문에 부담은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동안 선수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어요. 그걸 훈련으로 극복해내더라고요. 한 번이라도 더 치고, 더 던지고, 더 달리겠다면서 선수들이 제게 걱정하지 말라고, 한국시리즈에 맞춰 컨디션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규시즌 개막하기 전에도 그랬거든요.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전이 연기되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면서 모두 힘들어했는데 그때도 선수들이 개막전에 무조건 맞추겠다고 말했거든요. 정규시즌 전처럼 이번에도 선수들을 믿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산 베어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는 모습을 지켜봤을 텐데요. 당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등 큰 경기 경험이 많은 팀입니다. 플레이오프를 보니까 선수들 스스로 뭘 해야 할지를 정확히 알고 있더라고요.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도 뛰어나고, 김태형 감독님도 우승 경험이 많은 터라 쉽지 않은 승부가 펼쳐질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결국은 기 싸움이더라고요. 1차전이 분수령이라고 봤고요. 1차전에서 밀리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선수들이 1차전 앞두고 컨디션을 잘 맞춰주면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이 높았습니다. 그 확률을 믿고 싶었을 텐데요.
(2019년까지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5%였다.)

“그렇죠. 확률이 정답은 아니지만 높은 확률은 그만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잖아요. 1차전이 잘 풀리면서 ‘아, 해 볼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차전이 너무 안 풀렸어요(4-5패). 3차전도 잘 하고 있다가 실수해서 경기를 내줬고요(6-7패). 4차전에서는 승부수를 띄워야만 했습니다. 4차전까지 넘어가면 우승이 힘들 거라고 판단했으니까요. 4차전 선발 투수를 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루친스키를 3일 쉬고 던지게 할까도 생각했는데 만약 이기게 되면 그 다음이 더 문제일 것 같더라고요. 선발로 등판한 송명기는 연습 게임 때 성적이 좋지 않았던 선수인데 중요한 순간에 연패를 끊어주더라고요(3-0승).”

루친스키가 4차전 7회말 구원 투수로 등판했습니다. 사전에 선수와 이야기가 된 부분이었나요?

“루친스키와 직접 얘기하진 않았어요. 코치 통해 불펜을 준비하고 있으라는 내용만 전달했었죠. 루친스키가 올라가면 투구수 30개 이내에서 끊어주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길게 갖고 갔습니다(2⅔이닝 투구수 39개). 루친스키의 공이 아주 좋았어요. (양)의지한테 물어보니까 의지도 루친스키 공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9회에도 올려 보낸 겁니다. 4차전은 무조건 셧아웃 시켜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무리수를 둔 판단이었죠. 만약 루친스키가 6차전에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면 4차전 등판을 두고 비난이 뒤따를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4차전 때는 뒤를 생각할 수 없었어요. 데이터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어떻게 해 주는 것도 아니지만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판단한 거예요. 안 좋게 보면 고집이었고요.”
1차전을 기분 좋게 이겼지만 알테어 선수의 마스크 논란이 있었습니다. 2차전 앞두고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와 관련된 질문들이 있었지만 대답을 아낀 모습을 보였어요.

“제가 인터뷰하면서 말을 거의 안했던 건 2년 동안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말씀드리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었어요. 제가 죄송하다고 말하는 게 변명으로 밖에 안 들릴 듯 했었고요. 그래도 처음부터 사과를 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싶어요. 타이밍을 놓치면서 사과도 못했고, 아무 것도 안 한 것처럼 돼버렸습니다. 2차전 앞두고 머리가 아팠어요. 뭔가 잘못 돌아간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제가 잘못한 거죠. 제가 중심을 잘 못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이닝 7피안타 7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한 구창모. 이 감독은 2차전 선발 예고 전까지 구창모의 몸 상태를 꼼꼼히 체크했다고 한다.(사진=NC 다이노스)>
한국시리즈 2차전 앞두고 선발 투수 예고를 1차전 경기 마치고 했습니다. 구창모 선수 등판을 일부러 늦게 발표했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선발투수 예고는 경기 마치고 하는 거 아닌가요? (구)창모한테는 미리 2차전에 들어갈 거라고 얘기했었어요. 하지만 부상이 있던 선수라 마지막까지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선발 예고를 미리 하면 창모가 무조건 나가야 하잖아요. 행여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그걸 외부에 노출하고 라이트 선수를 내보낸다고 말할 수는 없거든요. 저로선 끝까지 창모 상태를 체크해보려고 했던 겁니다. 이제야 밝히지만 라이트가 무릎 수술을, 아니 시술을 받았습니다.”

정규시즌 마치고 보름 동안에요?

“병원에서 그 정도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고 말했어요. 왼쪽 무릎 연골쪽 부분에 있는 뼛조각을 빼내는 시술이었는데 병원에서 2주면 회복 가능한 시간이라고 해서 시술 후 트레이닝 파트가 고생 많이 했어요. 모두 라이트의 회복을 위해 정성을 다했거든요. 2차전 선발 예고를 앞두고 구창모, 라이트의 몸 상태를 크로스 체크하면서 발표를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창모 선수가 올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치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힘들었습니다(웃음). 창모로 인해 팀 전체가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루친스키, 라이트, 구창모, 1,2,3선발이 끌고 가면서 팀 타선도 같이 치고 나갔어요. 창모가 부상 후 회복 속도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그로 인해 팀 내 이런저런 문제점이 노출됐는데 마치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듯 송명기가 등장하더군요. 명기는 올시즌 구원투수로 경험을 쌓게 한 뒤 내년에 선발로 기용할 계획이었는데 한국시리즈에서 이토록 좋은 모습을 보일지 정말 몰랐습니다. 평소 말할 때는 스무 살 어린 선수인데 마운드에서는 스무 살이 아니더라고요. 싸움닭 기질도 있고요. 투수로 장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평소 라인업은 어떻게 구성하는 편인가요?

“타격코치가 만들어 옵니다. 저도 준비했다가 코칭스태프, 데이터 분석팀과의 미팅을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편이에요. 종종 서로의 의견이 똑같이 맞아 떨어질 때가 있어요. 그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알테어를 5번에 세울 때입니다.”

그건 저도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이전 경기에서 8번 타자로 하위 타순의 4번 역할을 했던 알테어 선수를 6차전에서 5번 클린업 트리오에 포함시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5번 타자 (강)진성이가 잘 치고 있었지만 6차전에선 조금 더 강하게 가야 될 것 같았어요. 코치들에게 “지금 제일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타자가 누구냐”라고 물었더니 알테어를 꼽더라고요. 저도 코치들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알테어의 타격이 좋았으니까요. 그래서 5번으로 올렸는데 그게 적중했어요. 만약에 감독이 라인업을 짜면 타격코치가 할 일이 없어요. 코치가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이고요. 저도 준비하고 있다가 별 문제 없으면 그대로 가자고 하고, 어떨 때는 다 바꿔보자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유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저도, 코치들도 배움의 시간을 갖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교체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바꾸는 투수마다 바꾸는 타자마다 딱딱 맞아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상으로 빠진 박석민 대신 지석훈이 출전해 안타치고, 대수비로 나갔다가 다이빙 캐치로 아웃카운트를 만들고, 모창민도 대타로 나가 안타를 치는 등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습니다. 코치들도 준비를 잘해줬고요. 계획한 부분들이 경기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낼 때 지도자들은 희열을 느낍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그런 점에서 지도자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 경기들이었습니다.”

흔히 현대 야구를 ‘데이터 야구’라고 말합니다. ‘데이터 야구’는 모든 팀들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는데요, 아무리 데이터를 중시한다고 해도 100% 데이터에만 의존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제가 데이터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해왔지만 현장에는 데이터와 어느 정도의 ‘감’도 존재한다고 봅니다. 어느 날은 감으로 밀어붙일 때도 있고, 어느 날은 정석대로 가기도 하죠.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그날 그날 선수의 컨디션과 데이터 등을 종합해 감독이 결정해야 하더라고요. 1차전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경기를 운영했다면 뒤로 갈수록 변칙적인 방법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무리 데이터 야구가 대세라고 해도 거기에 모든 답이 있진 않습니다. 답은 현장에 있는 것이고, 그 결정은 사람이 해야 되는 것이죠. 데이터가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결정을 내리는 건 이전이나 지금이나 지도자입니다. 가끔은 인공지능에 묻고 싶기도 해요. “아리야, 다음 투수는 누구로 바꿀까?”라고요(웃음).”

그만큼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이겠죠.

“정말 헷갈릴 때가 많아요. 투수를 바꿔야 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리거든요. 그런데 그건 감독만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의 경기 운영에는 큰 차이가 있었어요.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게 하려고 했다가는 정말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겠더라고요. 물론 실패했을 경우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있겠지만 그걸 무서워해서는 아무 일도 못하는 거죠.”

한국시리즈 우승 후 인터뷰를 통해 정말 좋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감독의 야구는 없다 야구장의 주인은 선수들이다’라고요. 이런 내용은 어디서 공부하는 건가요?(웃음)

“결국은 선수들이 자기 걸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어요. 아무리 감독이, 코치들이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도 행위자는 선수들이잖아요. 선수들이 잘해야 감독도 빛이 나는 겁니다. 선수들이 잘하면 연봉 많이 받잖아요. 연봉 많이 받는 선수들이 모여야 잘하는 팀이 되는 것이고요. 감독이, 코치들이 다 할 수는 없거든요. 한국시리즈에서 얻은 여러 가지 선물들 중 가장 값진 큰 선물은 서로의 진심을 읽은 부분입니다. 선수들이 감독, 코치들을, 감독, 코치들이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했던 게 멋진 결과로 나타났어요. 저는 그 부분이 우승 트로피보다 더 크다고 생각해요. 내년 시즌을 이끌어갈 때 큰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29세의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고 롯데 2군 수비코치, 전력분석원, LG 수비코치, NC 창단팀 수비코치, 그리고 NC 2대 감독으로 선임된 이동욱 감독의 또 다른 이야기가 2편에서 계속 됩니다.

<이영미 기자>

기사제공 이영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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